<숲드로잉>

 

 줄곧 지나가는 길 위에 곧 사라질 것만 같았던 도시속 숲. 밤 산책길에 멈추고 보았던 곳은 방치된 장소처럼 보였다.

그곳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개발이 진행되었다. 날씨는 매일 달랐고, 나의 감각도 달랐다.

내가 만났던 그 숲의 나무들 냄새들 그때를 떠올려 본다. 선하나 긋는다. 또 긋는다. 매일 선을 긋고 그것들이 쌓이면 지운다.

여러 날 같고도 다른 선들을 긋고 지움을 반복한다. 그리고 새 날, 오늘 다시 그린다.

어제의 그림은 반복됐지만 오늘과는 미묘한 차이가 생긴다. 그림은 완성이 무엇인지 모른 채, 목적없이 흘러간다.

한 장의 그림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알 수 없는 흔적으로 남아있다.

 

 

<꽃드로잉>

 

 오프닝에 받았던 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향이 진해진다.

진해진 향들을 더 맡아보기 위해 진열장 위에 꽃들을 방치해 두었다. 처음 만났던 꽃들보다 시들어진 꽃들은 진한 향들로 존재감이 더 커진다.

향이 없어진 꽃들은 점점 더 시들고 메말라간다.

시간의 흐름에 꽃들을 고정시키기 위해 매일 꽃들을 드로잉하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꽃들은 조금씩 매일 달랐다.

그림은 반복되는 행위 속에 어떤 완성으로 되어가는 목적도 없이, 비슷한 듯 다른 형태로 남아 있으면서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