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단상>

 

 

2001년 홍도의 어느 식물원

관리되지 않았던 식물원에는 죽어가는 식물들이 있었고

한쪽 벽에 뚫린 네모난 창문사이로 쉼 없이 흘러가는 바다가 보였다

 

 

아득한 심연에는 초등학교 읽기 책에서 보았던 바다생물들이 숨 쉬고 있을까

사라진 숲이 있을까

사라진 산이 있을까

엄마의 돌 같은 주름은 그곳에서 멈춰 있을까

 

 

잡초는 소리 없이 자라고

선인장 너는 살처럼 내게 왔구나

아이야 아이야 조심하렴

 

 

헤엄쳐 가는 바다생명체들은 있었다가 사라지고

다른 생명체들이 나타나면 네모난 창문바다는 비슷한 색이지만 조금씩 다른 빛깔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바다의 존재처럼 나또한 어디론가 흐르고 흘렀다

 

 

뚫린 창문 사이로 흐르는 바다를 고정 시킬 수 있는 그림을 상상해 보며

하얀 캔버스 리듬에 몸을 맡겨 보지만 끝내 오늘도 미끄러진다

선인장 살 냄새 하이얀 리듬에 엄마의 주름이 된 돌을 안고 바다로 흐르던 내게

너는 갑자기 달로 가고 싶다고 말을 걸고

그 네모난 나의 바다는 오늘도 동그라미

절대로 고정될 수 없구나

 

 

잡초는 소리 없이 자라고

선인장 너는 살처럼 내게 왔구나

아이야 아이야 조심하렴